무더운 여름. 햇빛은 쨍쨍하게 땅을 말리고 있었다. 쩍쩍 갈라져 습기라고는 눈을 아무리 비벼도 찾을 수 없었다. 무게를 실어 땅을 밟으니 이내 금이 갔다. 끊임없이 갈라지는 땅을 마냥 바라볼 여유 따위는 없었다. 굉장히 더운 여름, 온몸에선 땀이 줄줄 흘렀고 갈증까지 겹쳤다. 허기는 어떻게던 참을 수 있었지만, 갈증만큼은 도저히 인내할 수 없었다. 본디 인간은 음식보다도 물을 더 필요로 한다. 비라도 내려 그 빗물이라도 마신다면 갈증이 완벽하게는 해소되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목을 축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척박하기 짝이 없는 이 땅에서 물웅덩이는 커녕 비가 내릴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 즉, 오갈 데도 없고 하염없이 걷기만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닥친 것이다. 사실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거짓이리라.
“여보. 아주버님이 과연 당신을 받아들이겠어요? 이제 그만 돌아가요.”
“아냐, 반드시 받아들이게끔 하겠어. 어떤 수를 써서라도 내가 반드시, 다시 일어나야해.”
원술은 욕망이 그득한 눈을 하고 앞을 향해 걸어갔다. 원술은 스스로를 천자로 내세웠지만, 어느새 끝까지 추락하고 있었다. 애초에 하늘의 뜻을 거스르고 황제라고 참칭한 것은 무모하고도 어리석은 짓이었다. 중나라의 황후로서 여생의 끝자락을 장식하게 된 조연은 원술의 그런 계획에 끝까지 반대의 의견을 냈다. 그러나 원술은 조연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고, 종극엔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원술은 세력을 잃고 천천히 몰락하다가 어느샌가 무언가를 번뜩 생각해냈다. 최고의 세력을 자랑하는 원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 원소는 원술의 이복 형제이자, 유년기 때만 해도 원씨의 수치라고 불리었던 자. 원술이 그런 원소에게 도움을 청하려한다는 것은 아마도 원술이 밑바닥에 나앉은 것을 자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원술은 분명히 원소가 자신을 도우리라 생각하고선 어떻게던 걸어갔다. 기운이 다해 걸어갈 힘도 없을 터인데, 용케도 발을 멈추지 않았다. 조연은 그런 원술을 부축하며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원술은 그렇게 끝까지 걸을 것처럼 굴다가도 평상에 걸터앉았다.
“연아, 목이 마르구나.”
“물을 구해올게요.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고 계세요.”
원술은 애써 물을 구하러 가는 조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자신도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한 듯 몸을 일으켰다. 설마 황제에게 물 하나 못내주랴 생각했던 것이다. 조연은 원술이 그런 생각을 품은지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 물웅덩이만을 원했다. 아니면 소망하는대로 비라도 내리길 간절히 빌었다. 조연은 끝없는 더위 속에서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꼈다. 허나 평상에서 기다리고 있을 원술을 생각하곤 이를 악물었다. 그때, 지금껏 걸어온 쪽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원술의 목소리였다.
“내가 지금 목이 마르니, 꿀물을 다오.”
“꿀물? 있다면 핏물 밖에 없소.”
“뭐?”
원술은 한 백성에게 꿀물을 달라 했다. 정말 밑도 끝도 없는 황당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백성은 동요치 않고 원술을 내쫓았다. 꿀물은 없고, 핏물만 있다며 밀어냈다. 원술은 이를 갈았다. 한때 중나라의 황제로서 군림했던 자가 꿀물 하나 못 얻어마시는 지경에까지 온 것이다. 대명문가 원씨 가문의 적통으로서 혈통은 누구보다 완벽했던 원술은 하늘의 뜻을 거스른 죄를 톡톡히 받고 있었다. 원술은 결국 아까 걸터앉았던 평상에 누워 하늘만을 빤히 쳐다보았다. 하늘이 원망스럽기라도 한 것인지,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조연은 원술의 목소리를 듣고 평상에 누워있는 원술에게 달려갔다. 조연에게 물을 찾았냐고 묻는 원술, 조연은 고개를 내저었다. 어느 곳에서도 물은 찾을 수 없었다. 조연은 갈증에 허덕이는 원술을 자신의 무릎을 베게끔 했다. 잠이라도 잔다면 조금은 체력이 회복될 것이다. 조연은 그런 생각을 하며 원술의 볼과 머리를 쓰다듬었다. 원술은 그 손길을 가만히 느끼다가 입을 열었다.
“연아. ... 내가, 내가. 물 하나도 못 얻어마시는 지경에 이르렀어.”
“제 말을 들으셨다면 상황은 달랐을거에요.”
“내가... 한때 천자였던 내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다니. 원통해, 원통하다고!”
원술은 그렇게 성을 내더니 입에서 한 말의 피를 토해냈다. 진득하게 엉겨붙는 피에 화들짝 놀란 조연은 원술의 몸을 일으켰지만 원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거듭된 더위, 갈증, 그리고 이 상황은 원술을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다. 조연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원술을 끌어안았다. 점차 식어가는 온기를 어떻게던 보존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술이 살아날 것이라는 헛된 희망을 할 수 있었다. 충고를 더욱 아낌없이 했더라면 원술은 이렇게 허망하게 죽지 않았을 것이란 자책을 했다. 모든게 조연의 탓인 것마냥 조연은 통곡했다. 밤이 되고 다시 낮이 되도록 울음은 그칠줄 몰랐다. 어느새 조연은 비쩍 말라 울 기운조차 소진했다. 말라붙은 눈물, 더이상 목이 쉬어 나오지 않는 목소리. 원술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더니 조연은 그렇게 원술을 끌어안은 채로 눈을 감았다. 이 극한의 상황에서 조연이 건강을 회복할 길은 없었고, 원체도 약했던 몸은 병을 악화시켰다. 조연은 고통 속에서 한껏 몸부림치다 결국 원술과 함께 최후를 맞이했다.
무더운 199년의 6월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