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인 드림이 아닌, 지극히 주종에 가까운 드림입니다. (애첩 드림)
* 드림커플 2세 언급 있습니다.
월은 어머니가 있는 처소로 갔다. 하지만 제 어머니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종자도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했다. 문약을 실은 운구차가 곧 떠날 예정인데도 나타나지 않는 어머니였기에 그는 제 동생들에게 물었다.
“어머니는 대체 어디로 가신 거야?”
“누나도 못 찾았어?”
“곧 있으면 아버지 장례식인데 대체 어딜 가신 건지. 애들이 다 잘 찾은 거 맞대?”
“그러니까 너희도 같이 찾.”
“찾을 것 없어.”
중년 여인이 월과 규, 민 삼남매 앞에 섰다. 검은 상복을 입고 있는 그는 삼남매 어머니이자 문약이 총애한 첩 영화였다.
“어머니!”
“이제 아버지 장례식 시작하는데 대체 어딜 갔다 오신 거예요?”
“너희만 가라.”
“네?”
“나는 너희 아버님 장례식에 가지 않을 거니까, 너희가 자리를 지켜드려.”
“어머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내가 있을 곳은 거기가 아니야.”
삼남매는 영화가 하는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영화를 설득하려 했지만. 여태 봐 온 어머니는 절대 문약 일로 고집을 꺾을 이가 아니었다. 도리 없이 한숨을 연달아 쉰 그들이 영화를 감싸 안았다.
“어머니도 마음 잘 추스르세요. 어머니까지 잘못되면 저희는 안 돼요. 아시죠?”
“응.”
“다녀오겠습니다.”
남매가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걸 본 영화는 느릿하게 걸음을 떼었다. 그가 간 곳은 집 안 작은 정원이 보이는 제 방 마루였다. 그는 그곳에 걸터앉아 망연히 정원을 응시했다. 마치 기억 속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처럼 영화는 진지한 얼굴이었다.
“영화야.”
“네, 나리.”
“편하게 대해도 좋다니까.”
“죄송합니다. 오랜 시간 나리 밑에서 부관으로 있어서 익숙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문약은 영화가 무뚝뚝하게 굴 때마다 편하게 대해 달라 말하곤 했다. 하지만 영화는 한 번도 문약을 그렇게 하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을 곁에 두었기에 더 예의를 갖추고자 했다.
“잠시만 산책하러 갈까?”
영화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몸에 밴 태도로 문약 뒤에 섰다. 문약은 영화가 뒤에 섰다는 걸 알고 손을 내밀었다.
“나리?”
“같이 산책하자고 했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문약은 그랬다. 영화는 스스로 생각하건대 문약이 데리고 다니는 종 정도로 생각했지만 그는 그 방식대로 영화를 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누구보다 다정하게 그를 대했다. 정말 사랑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는 문약이 어쩌면 자신을 마음에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 적도 있다. 그러나 그는 자격이 없다고 여겨 문약이 주는 감정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날은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평소보다 훨씬 문약이 즐거워 보였다고 해야 할까. 자신이 봐 왔던 시기보다 더 어리게, 소년처럼 보인 탓일까. 영화는 내민 손을 가만히 맞잡았다. 한 번도 마음에 응해 준 적이 없는 영화라 문약도 무척 놀랐는지 말이 없었다. 그렇지만 금방 고운 미소로 잡힌 손을 토닥였다.
“내가 너를 바라보는 것이 이따금 짐이 되지 않았을까. 항상 그런 생각을 했어.”
“어떻게 제가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너 역시 나와 같은 사람이니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거잖아.”
“나리.”
“하지만 오늘 이렇게 손을 잡아 줬으니 그건 아니었다는 거겠지?”
아아, 이 어리석고도 순진한 사람. 문약은 자신이 정도(正道)를 지키면 모두가 선(善)으로 향하리라 믿는 이였다. 그래서 주저하는 것들이 많았고, 그 주저하는 대상에 영화도 있었다. 영화는 가슴이 아팠다. 자신이 걸어가는 길 때문에 조조가 고깝게 바라보는 걸 알고 있을 텐데도 고집을 꺾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다. 안타까움을 견디지 못한 영화가 문약 품에 기대었다.
“영화야?”
“이것 하나만 기억해 주십시오. 세상 누가 뭐라 한들 전 나리 곁을 지키겠습니다.”
그 뒤로 아이들을 낳고 기르는 동안 둘은 사랑을 고백한 적은 없었지만 손을 잡고 걷는 일이 많았다. 그럼에도 문약은 늘 기뻐했다. 영화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줄곧 웃었다. 언젠가 월이 영화에게 물었다.
“어머니.”
“응.”
“어머니는 아버님을 사랑하세요?”
영화가 멈칫했다. 그는 문약을 사랑한다고 단정 짓지 않았다. 모르는 것을 아는 양 떠벌리는 건 성미에 맞지도 않았고, 사랑이라 하기에는 모자란 감정이 문약을 향해 있었다.
“나는 그런 건 잘 몰라.”
“에,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렇지만 난 네 아버님을 믿어. 믿고 따라가는 거야. 그게 나한테는 중요한 일이지.”
왜 갑자기 그게 떠올랐을까. 영화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주군을 잃은 부하로서 슬퍼하는지, 혹은 제게 정말 깊은 애정을 준 상대라 슬퍼하는지 몰랐지만 그는 눈물을 조금 흘리더니 술 한 잔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은 마님, 어디 가십니까요?”
영화는 종자가 묻는 말에 대답 없이 제 차를 타고 갔다. 그는 빠른 속도로 차를 몰아 어딘가에 도착했다.
“조조.”
처음으로 영화가 그 이름을 입에 올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