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갱스타 8권 스포가 있습니다.
[나도 알아, 이렇게 끝낼 수 없다는 거! 그치만 어떡해, 이대로는 안될 거야. 그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을 거라고.]
“ 진정해, 유리. 나도 아직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괜찮아, 알아가면 되잖아. ”
[…미안해, 델리코. 나는 자신이 없어. 너를 또 잃을 수 없어…]
이런 결말도 나쁘지 않을 거야. 유리는 제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총대표를 눈 앞에 놓친 그 날의 저녁, 허리에 붉게 물든 자국이 무심하게 통증을 더해도 유리는 병원 침대에 일어나 델리코를 찾았다. 양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뒷전이었다. 먼로는 그들이 사는 곳에서 유일하게 황혼종을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황혼종을 이해하는 척하는 사람이겠지만. 어쨌든 유리는 그가 의심스러웠고, 델리코가 먼로와 친해지지 않길 바랐으며, 그에게 신세지는 일 따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황혼종을 위하는 노멀이 어디 있어. 유리는 노멀을 믿지 않았다. 변하는 건 없다. 니콜라스의 말을 잊은 적도 없다.
“…미안해.”
너를 또 잃을 수는 없어. 그 문장에 델리코는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 미안해, 유리. 살면서 그녀가 자신을 잃게 했다고 생각한 적 없었다. 언제나 자신이 그녀를 놓쳤다고, 그녀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달리 말하면 그녀가 자신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였는데. 생각도 못한 문장에 델리코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약한 건 죄가 아닌데, 낮은 등급은 죄가 된다. 아무것도 지킬 수 없고, 잃어도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강함을 앞에 둔 상황에서 더더욱.
그의 반응에 오히려 유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 델리코, 나는 그게 아니라…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건지, 유리는 다시 생각해야했다. 뱉은 말은 주울 수 없다. 이미 상대에게 전해진 문장도 지울 수는 없는 것이었다. 자신이 그보다 강하다면, 그를 지켜야 하는 건 자신이었다. 그런데도 감정적인 반응을 한 게 전부라니. 유리는 천천히 델리코에게서 멀어졌다. 이대로 그와 갈라질 수 없었다. 급하게 메모장에 미안하다는 문장을 썼으나 차마 전할 수 없었다. 내뱉지 못하는 말과 같았다.
“ 유리? ”
자신에게 거리를 두는 유리의 모습에 델리코는 몸을 움직였으나 다가갈 수 없었다. 유리의 얼굴이 울 것 같은 얼굴이라서. 에리카가 울기 직전이었을 때, 델리코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춰준 적이 있었으나 유리는 에리카가 아니었다. 에리카와 동일하게 볼 수도 없었다. 에리카를 구하지 못했을 때와 동일하게 느껴졌으나 지금은 그 모든 게 달랐다. 그런데도 자신은 여전히 연약한 존재이다. 가지 마, 유리. 전부 다 괜찮을 거야. 그 말조차 나오지 않아서, 그녀에게 자신의 존재가 죄로 남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 유리는 델리코에게서 완전히 멀어졌다. 델리코가 눈 앞에 있는데 다가갈 수 없던 그날이 떠올랐으나 멀어지는 게 전부였다. 지금의 자신은 그를 지킬 수 없으니까. 언젠가 델리코가 먼로를 떠나게 된다면, 혹은 먼로 패밀리가 망하게 된다면 자신은 무엇을 생각했는가. 그는 유일한 황혼종의 편이었다. 그가 사라진다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황혼종이었고, 무너지는 건 삼대원칙이었다. 지금은 그에게 배신 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가 황혼종을 떠난 사실은 곧 에르가스틀룸에 퍼질 테고. 그럼 워릭에게 도움을 청하고, 니콜라스와 합류해 살아갈 방법을… …워릭은 믿을만 한가? 그도 노멀인데, 황혼종을 언제까지 곁에 둘까?
결말이 다가오는데, 그 무엇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현실에서 도망치는 게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