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림주(=설)가 별도로 존재합니다.
끝이란 다가오고 마는 것이다. 다크네뷸러에서 벗어나게 된 날도, 전국대회가 끝이 나고 세계대회로 나아가는 순간에도 삶에서 끝이란 언제든 오고 또다른 삶이 새롭게 시작된다. 견우는 끝이 왔다고 해서 망설이거나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길이란 나아가는 길 뿐이었고, 과정 속에 실패를 만나 휘청이게 되어도 길을 멈추지는 않았다. 삶의 목표가 있었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그게 견우라는 사람에게 있어 최선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끝이 난 결말은 익숙하지 않다. 살면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된 결말이, 그저 어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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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이 누나가 그립지? ”
“ …갑자기 그건 왜? ”
“ 아니~ 그렇잖아~ 다크네뷸러에서 홀랑 나간 이후로 설이 누나가 견우랑 떨어진 적 있었어? ”
그렇게 오래 붙어있으면 그리워질만 하지. 지니의 말에 견우는 아주 짧은 침묵을 유지했다. 그리고 그건 네 얘기 같은데, 하고 대꾸한 게 전부였다. 지니는 견우의 말에 부정하지 않았으나 입을 다문 것도 아니었다. 평소 견우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부 알고 지내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가 솔직하지 못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지니가 아는 견우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 왜 모르는 척 해? ”
그래서 물었다. 단순한 생각이었다. 지니는 다크네뷸러가 무너진 이후, 드래곤형이 자신이 생각한 사람과 다르게 변한 이후, 강타가 그리웠고, 노아가 그리웠으며 즐거웠던 베이 시합을 그리워 하고 있었다.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즐거웠던 과거를 되풀이 하고 싶었을 뿐인데. 지니는 견우가 이를 부정하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감정을 전부 드러내지 않았어도, 생각을 전부 말로 표현하지 않았어도, 의미 없는 거짓은 하지 않았다. 지니에게 견우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설이라는 사람은 견우에게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 모르는 사람, 거짓을 말할 바에는 차라리 전부 말하겠다는 사람. 그랬던 설이 떠났다. 비극적인 결말은 아니었다.
‘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요. ’
견우와 지니 앞에서 설은 갑작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은 실력이 너무 부족하고, 베이조정사로 일하는 건 당연할 뿐더러 혹시 견우와 지니가 시합에 나가고 싶다면 언제든 시합 할 수 있는 예비 인력이 되고 싶다는 게 그녀의 이야기였다. 그러기 위해 떠나야겠다고, 그들 곁에서는 강해지지 못할 것 같다고. 지니는 견우가 조금이라도 고민하며 말할 줄 알았으나, 견우의 대답은 지니의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빨랐으며, 망설임 없이 떠나보내는 말이였다.
‘ 네가 강해지고 싶다면, 얼마든지. ’
그게 좋아하는 사람한테 할 말인가? 좀 더 붙잡을 줄 알아야지! 지니는 그래도 우리랑 같이 있는 게 낫지 않아? 견우 형은 재미 없단 말야! 하고 앙탈을 부렸으나 설의 고집은 그들이 꺾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서로 좋아하는 거 아니었냐구! 하고픈 말이 목 끝에 매달렸고, 나온 말은 치사해, 같은 어린아이의 투정이었다. 생각해보니 둘 중 누구도 고백 같은 걸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생각난 탓이었다. 어느 날 지니는 설에게 물었다. 견우 형을 좋아해? 그러자 설의 얼굴은 붉어져 수리 중이던 베이를 손에 떨어트렸고, 지니는 그 순간 설이 자신의 말을 부정할 줄 알았다. 너무 당황해서 일단 아니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설은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해요, 많이. 하고 대답했다. 그 이후로 지니는 견우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견우도 설과 같은 맘인지 확인하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둘을 연결시킬 마음도 있었다. 어쨌든 지니는 두 사람을 전부 좋아하니까!
그러나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견우가 어떠한 티도 내지 않아 좋아하긴 커녕, 관심이 있는지조차 파악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자신했는데, 한풀 꺾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설이 떠난 날, 지니는 견우를 지켜보았다. 견우의 반응이 보고 싶은 게 아니라 그와 지내면서 처음으로 보는 표정을 지은 탓이었다. 견우가 그런 표정을 지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단순히 슬픈 표정이 아니라, 그저 뒷모습인데도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모습.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면 지을 수밖에 없는 그 표정. 사랑이고, 간절함이고, 그리움이었다.
이러니 지니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럴거면 떠나기 전에 붙잡았어야지! 그 이후로 지니는 은근슬쩍 견우를 떠보기 시작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절대 원하는 답은 나오지 않았다. 설이 언제 돌아오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이런 결말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견우는 여전히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말은 알고 있었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