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넌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응?’
‘아무리 너라고 해도, 우리에게 정보를 흘린 게 들통 나면 무사하지 못할 텐데.’
파네 비안코는 언젠가 리조토 네로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암살팀 리더면서도 묘하게 인간적인 부분이 있었던 그는 처음에는 자신을 지독하게도 의심했지만, 결국은 그렇게 마음을 열고 말았었지. 보스에 대한 정보를 흘려줄 정도라면 같은 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니, 믿을 수 있다는 듯. 신중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말이다.
‘글쎄다. 나는 리더가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서 따로 고민해보진 않았네.’
‘…자꾸 리더라고 부르니 나도 이제 네가 어느 팀 소속인지 헷갈리는군.’
‘아하하! 뭐 어때. 우리 팀의 리더는 나보고 통제 불능이라면서 혀만 차는걸.’
파네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정보 관리 팀 소속이지만 몸의 안전과 사적 복수를 위해 파시오네에 들어온 그는 언제나 안전한 범위 안에서라면 자기 좋을 대로 움직이기 일쑤였으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제멋대로인데다가 솔직하지도 못하니, 아무리 자기 팀의 일원이라 해도 곱게 볼 수 없었지. 그런 면에서는 차라리 정보 관리팀 보다는 암살팀 쪽이 더 파네를 신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록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다는 것은 같아도, 이 부조리한 파시오네 내부 구조에서 몇 안 되는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는 존재’였으니까.
‘실패하면 너도 죽는다.’
‘그거 멋지네. 리더와 목숨을 공유한 사이가 되는 것인가.’
‘장난스럽게 넘기지 마라, 파네.’
‘진지하게 하는 말인데? 내 목숨은 이제 너에게 달린 거야. 리조토.’
자신의 목숨을 어떻게 사용하던, 그건 다 소유주 마음대로 하면 좋은 게 아니던가. 파네는 그렇게 생각했다. 가족을 죽인 녀석들에게 복수도 했고, 재미있는 일도 잔뜩 해보고 살았으니, 더 이상 이 삶이 시시해지기 전에 제가 마음에 든 이들의 계획에 목숨을 걸어보는 도박 같은 일도 해볼 수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같은 팀이면 몰라도, 외부인의 목숨까지 걸게 할 생각은 없었다만.’
‘정말 너무하네. 우리가 고작 그 정도 사이야?’
‘그러니까, 조금은 진지하게 반응하라고 아까 전 부터….’
‘나는 진지하다니까~.’
하하하. 마치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비장하게 말하는 리조토를 보며, 파네는 경쾌하게도 웃었었지. 물론 그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배려어린 행동도,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경박하게 구는 행동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리조토에게 있어 ‘파네 비안코’라는 여자는 이런 이미지로만 쭉 기억되길 바랐을 뿐이었지.
“…호위팀 멤버들도 가버렸네.”
부차라티와 나란차가 다녀간 후, 한 발 늦게 도착해 은신해있던 파네는 슬쩍 리조토의 시신을 확인하러 다가갔다. 온 몸에 총알을 먹어 엉망이 된 그는 생전의 모습을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지만, 파네는 딱히 슬퍼하지도 분노하지도 않았다.
모두가 각오한 죽음이고, 그와 어울리는 비장한 최후다. 제 부하들을 위해, 팀을 위해 싸운 이의 죽음이 어찌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처절함은 열망의 흔적과도 같았다. 그리고 자신은,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 만큼 그의 열망을 사랑했지. 파네는 잘생긴 얼굴이 거의 남아있지도 않은 몸뚱이를 깨끗한 손으로 쓰다듬고 웃었다.
“수고했어, 리더. 이제 천국에서 모두와 만나겠구나.”
물론 이것은 작별인사가 아니다. 보스의 정보를 팔아넘긴 제가, 반란을 선언한 암살팀과 함께 움직이던 제가, 이제 어떻게 될지는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조금만 기다려.”
아아, 인기척이 다가온다. 아마도 보스가 보낸 암살자거나, 같은 정보 관리 팀 소속의 동료겠지. 싸우는 것은 어렵지 않고, 어쩌면 이길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있지만, 파네는 스탠드도 사용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선택했다.
“곧 만나러 갈게, 리조토.”